오래 쓸 의자를 찾다가 허먼밀러 뉴에어론 라이트플러스를 샀다. 의자 하나에 쓰기에는 꽤 큰돈이었지만, 50년은 쓰겠다는 생각으로 구매를 합리화했다. 내가 고른 건 B 사이즈다. 지금도 매일 책상 앞에서 잘 쓰고 있는 녀석이다.
허먼밀러는 1905년 미국 미시간에서 시작한 가구 회사다. 찰스와 레이 임스, 조지 넬슨 같은 디자이너들과 작업하며 미국 모던 가구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고, 오피스 가구에서는 에어론 체어가 가장 유명하다. 에어론은 빌 스텀프와 돈 채드윅이 디자인해 1994년에 처음 나왔다. 쿠션 대신 좌판과 등판 전체에 메시를 사용하고, 사람의 체형에 따라 A·B·C 세 가지 크기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2016년에는 기존 에어론을 전면적으로 손본 리마스터 버전이 나왔다. 국내에서는 보통 구에어론과 구분하기 위해 뉴에어론이라고 부른다. 외형은 비슷하지만 메시와 허리 지지, 틸트 구조가 바뀌었다고 한다.
| 구에어론 | 뉴에어론 | |
|---|---|---|
| 출시 | 1994년 | 2016년 |
| 메시 | Pellicle | 8Z Pellicle |
| 허리 지지 | Lumbar / PostureFit | PostureFit SL |
| 틸트 | 기존 Kinematic Tilt | Harmonic 2 Tilt |
| 사이즈 | A · B · C | A · B · C |
에어론이 국내에 널리 알려진 데에는 코로나 시기의 재택근무 붐이 컸다고 본다. IT 기업들이 재택과 하이브리드 근무를 빠르게 도입했고, 회사에서 쓰던 수준의 오피스 체어를 집에도 들이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허먼밀러 역시 당시 홈오피스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에어론과 엠바디가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 훨씬 익숙한 이름이 된 것도 이 시기였다.
실제로 써보면 메시 좌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오래 앉아 있어도 열이 덜 차고 쿠션처럼 푹 꺼지는 느낌도 없다. 몸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느낌이 좋고, B 사이즈도 내게 잘 맞았다. 비싸게 샀지만 만족도는 높았다.
관리는 생각보다 귀찮았다. 메시 사이로 먼지와 작은 이물질이 그대로 떨어져 좌판 아래에 엄청나게 쌓인다. 틈새에 낀 먼지를 한 번 제대로 청소하려고 좌판 분해까지 시도했는데, 다시 끼우는 데 초인적인 손힘이 필요했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어떻게든 조립했지만 지금도 처음 상태처럼 완벽하게 맞춘 것 같지는 않다.
얌전히 앉아있지 못하는 습관 때문인지 삐걱거리는 소리도 발생했다. 의자를 움직일 때 실린더 주변에서 소리가 나는데, 조만간 Super Lube 같은 윤활제를 실린더 표면에 발라볼 생각이다. (50년을 쓸 계획으로 산 물건이라) 이런 식으로 하나씩 손보면서 쓰게 될 것 같다.
요즘은 당근을 보다 보면 에어론 중고 매물이 예전보다 훨씬 자주 보인다. 코로나 시기에 재택근무용으로 많이 팔린 영향인지, 지금은 중고 시세도 당시보다 꽤 내려온 분위기다. 새 제품 가격이 부담스러웠던 사람이라면 예전보다 접근하기 쉬워졌다.
먼지도 많이 쌓이고, 가끔 삐걱거리고, 청소하려다 진땀을 빼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도 잘 쓰고 있다. 50년 중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